전체 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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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와 유리구두 (4회)
소피의 스무 번째 생일이 지난 것도 벌써 1년 전 얘기다 스무 살이 지났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펜우 드 하우스에서 손이 발이 되도록 아라민타를 모시고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ㅡ아마 아라민타 는 새 하녀를 훈련시키기가 귀찮았나 보다(혹은 봉급을 주는 게 싫었을 수도 있다)ㅡ아리민타는 소 피가 집에 머무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그래서 소피는 이 집에 남았다 비록 아란타가 악마라곤 하지 만, 그래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소피가 전혀 알지 못하는 다른 악마들보다는 원래 익숙한 악마가 조 금이라도 낫지 않겠는가 그 때만 해도 아라민타의 괴롭힘이 점점 더 심해질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 했었다 "쟁반이 무겁지 않아?" 소피는 눈을 깜박이며 백일몽에서 깨어나 쟁반에 놓인 마지막 비스 킷에 손을 뻗는 포시에게 시선을 돌..
2024.04.01 -
신사와 유리구두 (3회)
(1) 올해 모두가 가장 애타게 기다리는 초대장은 아마도 다음 주 월요일에 열리는 브라저튼 가의 가장 무도회 초대장일 것이다 어디를가나 누가 참석하는지 그보다 더 중요한 얘기인 누가 무엇을 입을 것인지 추측하는 사교계의 어머니들의 대화를 엿듣지 않을 수 없다 허나 조금전에 언급한 두 가지 주제라도 브리저튼 가의 두 독신 형제 베네딕트와 콜린에 관한 이야 기보다 더 흥미로울 수는 없다(누군가가 브리저튼가에 결혼을 하지 않은 남자가 하나 더 있다는 말 을 하기 전에 미리 지적하는 바 본 필자 역시 그레고리 브리저튼의 존재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아직 열네살 밖에 되지 않았고 본 필자의 칼럼이 주로 다루는 주제는 세상에서 가장 신성한 스포츠 즉 남편 사냥 인지라 본 칼럼에 오르내리기엔 아직 나이가 너무 ..
2024.04.01 -
신사와 유리구두 (2회)
기븐스 부인이 등을 두드려 주었다 "절 따라오세요 아가씨 제가 말동무를 해드리지요 요리장이 오늘 쇼트브레드 (버터를 듬뿍넣어 만든 쿠키의 일종)를 새로 구웠다던데 아직도 따끈할거에요" 소피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 뒤를 따라 홀에서 나섰다로자먼드와 포시와 친해질 시간은 나 중에 저녁때도 충분하니까 육아실을 보여줘야지우린 친구가 될거야 그리고 금세 자매가 될 거야소피는 미소를 지었다 자매가 생긴다는 것은 너무도 멋진일이다 하지만 소피는 그다음날이 될때까지 로자먼드와 포시ㅡ그들 뿐 아니라 백작과 백작부인 까지 도ㅡ를 만나지 못했다육아실에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식탁에는 4인분이 아니라 2인분 식사 밖에 차려져있지 않았다티몬스 양(아까는 아프다더니 기적처럼 말끔하게 나은 모양이었다) 은 로자먼드와 포시가 여행을..
2024.04.01 -
신사와 유리구두 (1회)
"내일 당신을 만나고 싶어" 그의 목소리가 속삭임으로 잦아들었다. 자신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듯, 그의 눈에 희미한 경탄의 빛이 서렸다 "당신 이름을 가르쳐 줘 내일 어디에서 당신을 만날 수 있는지도 알려줘"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말아요" 그녀가 안타까운 목소리로 애원하는 순간 기묘한 소리가 들려왔다 몹시 이국적이고도 길게 꼬리를 끄는 소리 "자정이 된 모양이오, 가면을 벗을 시간이 되었음을 알리는 소리지" "자정이라고요?" 그녀가 경악하며 물었다 "이제 가면을 벗을 때요" 소피는 황급히 한 손을 들어 관자놀이로 가져가 가면을 꼭눌렀다 "가야해요" 스포일러! 프롤로그 모두들 소피 베켓이 사생아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모두 란 것에는 하인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세살이 된..
2024.04.01